배우는 법을 배우기

배우는 법을 배우기
Photo by Ling App / Unsplash

AI 시대의 직관과 취향에 대해 글을 쓰면서 AI가 많은 것들을 대신 처리해줄 수 있는 시대에 새로운 프로그래머들이 어떻게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얘기했었습니다.

이와 관련되서 최근에 재밌는 연구가 나와 공유하려 합니다.

Anthropic이 AI의 도움이 배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Python 라이브러리(Trio)를 배우는 과제를 주고, 절반은 AI의 지원을 받고 절반은 받지 않게 한 후, 시험을 보게 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AI를 사용한 개발자들은 평균 50점을 받았습니다. AI 없이 한 개발자들은? 67점. 꽤 큰 차이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AI 그룹이 더 빠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평균적으로 완료 시간은 비슷했습니다. 빠르지도 않고, 배운 것도 적었으니 최악이었죠.

How AI assistance impacts the formation of coding skills
Anthropic is an AI safety and research company that’s working to build reliable, interpretable, and steerable AI systems.

논문을 자세히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술 공부는 지름길이 아닌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통해 쌓인다는 제 생각과 일치했거든요. 다만 데이터를 좀 더 보자 미묘한 점이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모든 참가자의 화면 녹화를 보고 AI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여섯 가지 뚜렷한 패턴을 식별했습니다. 세 가지 패턴은 낮은 학습 성과(퀴즈 점수 24-39%)로 이어졌고, 세 가지는 놀랍게도 좋은 성과(65-86%)로 이어졌습니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AI에게 위임하거나, 점점 더 AI에 의존하거나, 반복적인 디버깅 보조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이건 제가 이전 포스트 AI 코딩 도구 사용을 위한 유용한 원칙에서 언급했듯이, 에너지와 동기 수준이 낮을 때 경험하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한 패턴은 "생성 후 이해(Generation-Then-Comprehension)"였습니다 - AI가 코드를 생성하게 하고, 그 다음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후속 질문을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념적 탐구(Conceptual Inquiry)"였습니다 - 개념적인 질문만 하고 오류는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세 번째는 "하이브리드 코드-설명(Hybrid Code-Explanation)"이었습니다 - 코드와 설명을 함께 요청했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평균 86%)은 언뜻 보기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그룹(39%)과 둘 다 AI를 사용해 코드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거의 동일해 보였죠. 차이점은?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나중에 자신의 이해를 확인하는 추가 단계를 꼭 거쳤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생각해왔던 것을 데이터로 뒷받침해주는 연구라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저 AI를 사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과제를 완료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우기 위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논문에서 강조한 점은 더 많은 에러를 내보고 독립적으로 해결한 참가자들이 더 많이 배웠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시행착오가 핵심이었고, AI를 사용하면서도 그 과정을 공부하며 고군분투하는 태도를 유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함수 작성해줘"라고 묻는 것과 "이 함수 패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줘"라고 묻는 것은 다릅니다. 둘 다 AI를 사용합니다. 하나는 배울 기회가 있고, 하나는 없습니다.

또, 논문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AI 그룹의 참가자들은 본인이 "게으르다"고 느꼈고, "아직 이해 하지 못한 빈틈이 있다"고 설문 조사서 언급했습니다. 반면, AI 없었던 그룹은 과제가 "재미있다"고 느꼈고 라이브러리 설명이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AI 사용자들은 자신이 덜 배우고 있다는 걸 본인조차도 자각하고 있었지만, 눈 앞에 있는 지름길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저 AI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를 떠나서 인지적 지름길을 피해서 본인의 이해도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는 규율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운 얘기죠.

이전 포스트에서도 제가 좋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이제는 지식보다 규율에 관한 것이라고 썼는데, 이 연구 역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것을 시사했습니다.


AI라는 도구는 중립적이다. 다만 사용자가 호기심을 유지하고 배우고자 하는 규율을 가지고 있느냐가 성장과 정체를 가른다.

어쩌면 이건 코딩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AI가 교육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발자 성장에 대한 제 고민이 겉보기에 관련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의 교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름길이 바로 거기 있는데도 호기심 있고 스스로 학습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마시멜로와 초콜릿으로 가득 찬 아이(사실 어른들 역시)에게 그걸 먹지 말고 매일 샐러드 한 그릇만 먹으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최근 불안한 세대(Anxious Generation)라는 책이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였었는데, AI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큰 파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저 역시 이 문제에 엄청나게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 왜 신동들은 엘리트 퍼포머가 되지 못하는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요지는 너무 일찍 종목을 정해 전문화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서 성공할 확률이 꼭 높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에 노출된 아이들이 엘리트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라파엘 나달은 12살에 테니스에 전념하기 전까지 축구를 했다고 합니다. 과학계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가설이 하나 있었습니다 - 다양한 스포츠를 시도한 어린 선수들은 배우는 법을 배웠다.


"배우는 것 자체가 배울 수 있는 기술이며, 이를 연마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AI를 잘 쓰는 방법과 규율을 배우는 것 역시 배움을 위한 배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결론은 AI라는 지름길이 있더라도 아이들이나 주니어들이 배우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전환이 필요한 것일까요.

결과에 집중하는 교육 철학이 팽배한 사회에서 아주 큰 패러다임 변화일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이것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고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는데 있어서 정말 필요한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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